티스토리 뷰

https://youtu.be/Cl6W39mWQwU?si=tG8DbeFXkkTUW7r8

 

오랜만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합니다.

오늘부터 올라갈 이야기는 2023년 7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세계청년대회 순례기입니다.

기존에 유튜브 영상과 동일한 내용이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블로그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에

조금 다르게 그냥 그때 그때 제가 했던 생각을 마치 에세이처럼 담으려합니다.



영상에서 말했지만 일단 어떻게 파티마에 가게 되었는지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세계청년대회(WYD)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세계청년대회, 영문 약자로는 WYD (World Youth Day)라 부르는데  의미적으로는 '세계 젊은이의 날'이라 해석하는게 조금 더 정확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 의해 제정되었고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순례와 친교를 통해 전 세계 청년들이 ​그리스도 구원의 신비를 체험하고 이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만들어 졌습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여행자가 아닌 순례자(pilgrim​)로 불립니다.

매년 각 교구에서는 자체적으로 '세계 젊은이의 날' 행사를 하고 2~4년에 한 번씩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신앙 축제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로 인해 1년이 지연되어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세계청년대회의 느낌이 순례보다는 그냥 체육대회같은 행사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생각이 드는데

번역의 실수로 브랜등이 잘못되어서 정확한 느낌이 전달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이번 WYD를 가기 전까지 WYD를 여행에 가깝게 보고 있었고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그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할만한 행사인가?' 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존의 편견을 잠재울만큼의 정말 특별한 체험을 했고 지금도 WYD를 함께 다녀온 사람들을 보면 내적동지애 같은것을 느끼게 됩니다.

왜 그런지는 앞으로 WYD순례기에서 계속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WYD에 참가자가 아닌 스탭으로 갔습니다.

WYD는 각 교구별로 보통1년 전에 준비를 하는데 2022년 여름에 인천교구 청소년사목국 신부님들이 촬영 스탭으로 합류를 권유하셨고

흔쾌히 합류하기로 했는데... 그 뒤에 정말 많은 심적 갈등이 있었습니다.



저는 본래 청년의 나이가 지나있었기 때문에 교구를 통해 정상적으로 WYD에 갈 수가 없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교구에서는 청소년~만35세의 청년으로 제한을 둡니다. 교구에서 일정비율 지원이 나오기 때문에 그런 제한을 두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나이가 넘어가면 요즘 새롭게 생기고 있는 청장년으로 볼 수는 있지만 청년이라 보긴 힘드니까요.

이부분은 혼인연령이 늦어지고 시대의 변화도 있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할말이 많지만 일단 접어두고 )

그렇다면 저는 개인 자격으로 WYD에 가야하는데 그 당시까지 WYD는 제게 그렇게 관심있는 행사가 아니었기에

아마 교구에서 요청이 없었으면 저는 계속 무관심한 채 지나쳤을 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들이 저와 같을겁니다.)



2주간 생업을 포기하고 WYD에 간다는건 그리고 제가 월급을 받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게 아니기에 (저는 개인사업자입니다.)

제가 거기에 가는건 엄청난 기회비용을 안고 가는거라 수락을 하고도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한번 거절을 했고(화가 날만큼 말도 안되는 조건이 왔었음) 다시 제안이 왔을때 수락을 하게 됩니다.



어쨋든 그렇게 저는 WYD를 떠나게 됩니다.




본래 WYD 본대회 일정은 8/1~8/6까지 6일간 리스본에서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보통 교구마다 그 앞이나 뒤에 사전,사후 대회를 더해서 2주~3주정도 일정을 짜게 됩니다.

인천교구는 사전대회로 파티마를 선택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약간 상스러울수 있지만)

리스본에서 본대회 전에 파티마에 가서 "성모님! 저희 리스본에서 본대회 하기에 앞서 성모님 뵈러 왔어요~!" 라는 체크인의 의미라고 할까요.

어쨋든 그렇게 저는 파티마에 가게 됩니다.


리스본 공항에 도착해서 파티마로 이동을 했는데 7/30일 밤12시가 넘어서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들 숙소로 들어갑니다.



짐을 정리하고 자판기에서 물을 사고 (정말 물이 말도 안되게 비쌌던 기억)

잠자리에 드니 새벽2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룸메이트 1명(참가자)이랑 같이 방을 썼는데 2박을 같이 보냈지만 정말 잘맞았던 룸메이트였습니다.



일단 저는 비행기에서 16시간이 넘는 비행중에 살짝 졸기는 했지만 의도적으로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시차적응을 위해서입니다.

저는 잠자리가 바뀐 첫날에는 잠을 못드는 스타일이라 최대한 피곤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한국에서부터 거의 23시간을 잠을 안자고 있었을겁니다. 

그런 상태로 새벽2시 넘어서 잠을 잤는데

새벽5시에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옆에 룸메이트가 처음 같이 지내는거니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폰을 보고 있었는데 룸메가 곧 깨어나는겁니다.

그래서 나 지금 파티마에 먼저 순례 할건데 같이 갈꺼냐 물어봤고 

룸메도 동행하기로 합니다. (그 친구도 따로 카메라를 하나 가지고 왔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른 새벽 해가 뜨기 직전 파티마 순례를 시작합니다.


해가 뜨기 전 파티마 성지


당시 제 몰골



정말 파티마에 도착하고 너무 감동적여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때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는데 제 외모에 눈물을 흘리는게 처음 본 룸메 앞에서 조금 창피해서

눈물이 나는걸 "아 바람이 너무 쌔네" 하면서 닦아냈습니다.


성지에 도착해서 가장 인상적였던 건 무릎을 꿇은 채 회개의 길을 걸으며 기도를 드리는 순례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시간이 더 있었다면 저도 촬영을 접고 회개의 길을 무릎 꿇고 기도 드리며 걷고 싶었습니다.

(7시반에 조식이 준비되어 있고 이렇게 단체로 갔을때 시간 약속을 어기고 개인 행동을 하는 것은 제 가치관과 맞지 않아서)


파티마 성지의 핵심, 성모 발현 성당입니다.

성모님께서 세 명의 어린 목동들 앞에 발현하신 장소이고 6번의 성모발현 중 이곳에서 다섯 번, 5월, 6월, 7월, 9월, 10월의 발현이 일어났습니다.



파티마 성모 발현에 대한 이야기는 제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하시고

여기서는 제 체험기만 다루겠습니다.



새벽 시간이었는데 성모 발현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1시간마다 미사가 있다고 하는데... 그게 완전 새벽 시간에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로사리오 대성당  (Basilica do Rosario)​


마침 로사리오 대성당의 문이 열려서 저희는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성당에는 성모님이 발현하실 당시의 세 목동의 석관 묘가 모셔져 있습니다.


루치아(Lucia dos Santos, 1907∼2005, 가경자)와 그녀의 사촌 프란치스코(Francisco Marto, 1908∼1919, 성인), 히야친타(Jacinta Marto, 1910∼1920, 성녀)​ 남매

​조용한 성당에서 잠시 기도를 드린 뒤 다시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해가 뜨기 시작한 성지

뒤편에 보이는 큰 십자가 뒤 성당은 삼위일체 대성당 (Basilica da Santissima Trindade)​인데

이제 식사 시간에 맞춰서 숙소에 돌아가야 했기에

아쉽지만 복귀를 했습니다. (단체로 움직이다보니 이런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OT를 통해서 WYD 기념품을 지급받고 교통패스 사용법, 명찰QR코드 사용법, 주의사항 등을 들었습니다.

참고로 WYD는 순례이고 실제 저희는 순례자(pilgrim​)로 불립니다.

그래서 식당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pilgrim menu가 있는데 행사 기간 6일 동안 명찰QR코드를 찍어서

점심, 저녁을 무료로 먹을 수 있습니다. 

OT때 가장 강조된 것은 개인적으로 음주 금지였습니다.

음주가 허용되는 것은 신부님과 함께 식사하며 반주 혹은 나눔을 하면서 가벼운 술만 허용됩니다.

(가장 중요한게 신부님과 함께, 개인은 불가! 이게 스탭으로 간 제가 약간 애매한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참가자가 아니라 어느정도 자율적인 행동이 가능했는데

제가 개인행동을 하는게 전체 순례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저 역시 신부님이 사줄때 빼고는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인천교구는 총 120명의 순례단을 꾸렸습니다.

서울대교구 다음으로 많은 인원이었습니다. (인구를 생각한다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죠.)


새벽과는 다른 광장의 모습.

전 세계에서 모인 순례자들이 광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무슨 언어로 미사를 했는지 저는 기억이 나지않습니다. (정말 많은 미사를 드렸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모인 신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지만 같은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는 게 정말 인상적였습니다.

WYD기간 내내 보편교회 체험이라는 걸 강조하는데

단어가 어려워서 그렇지 사실 쉽게 보면

"너 하느님 믿어? 나도 믿어? 우리는 다른 곳에서 다른 언어를 쓰며 살고 있지만 다 같은 하느님을 믿고 있어"

라는 걸 체험하는 겁니다.



우리가 학교, 직장에서 식사 시간에 몰래 성호경을 긋고 기도를 하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같은 하느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인겁니다.

어디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기쁜 체험입니다.





무릎을 꿇은 채 입으로 성체를 영하는 순례자

성체를 영하는 모습도 우리나라와 달리 무릎을 꿇고 입으로 영하는 분들이 가끔 눈에 보였습니다.

이런 부분이 참 새로운 체험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났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며 반가워하는 전 세계의 청년들

이런 모습이 보편 교회 체험이고 WYD에서 느낄 수 있는 체험입니다.



전 세계의 언어로 성경 구절이 쓰여있다.


삼위일체 대성당 (Basilica da Santissima Trindade)​


점심식사를 한 뒤 삼위일체 대성당을 순례했습니다.

이 부분은 제 채널 영상을 봐주세요.



그리고


해가 지고 다시 파티마 성지를 찾았습니다.




파티마 성지에서는 매일 야간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1단에서 4단까지는 성모발현성당 앞에 모여 바친 뒤

5단은 광장을 함께 행렬하면서 바칩니다.

​​



한단 한단마다​​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자들이 독서대에 올라가 자국의 언어로 선창(계)하고​

그 앞에 촛불을 들고 모인 순례자들은 각자 자국의 언어로 후창(응)을 하며

함께 묵주 기도를 바쳤던 시간은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저는 촬영을 위해서  로사리오 대성당  (Basilica do Rosario)​ 계단 위에서 기도를 드렸습니다.

아래 행렬 속은 많은 사람과 촛불을 열기로 더웠다는데 저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혼자 앉아있어서 너무 추웠습니다.




감동의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저는 혼자 아침에 다시 순례를 할 생각이 있었는데

6조 청년들이 전날 기도때 썼던 초를 봉헌하러 이른 아침(새벽6시쯤) 성지를 같이 방문했습니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게 청년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이 광경을 지켜보는게 너무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파티마에서의 순례를 마치고

이제 리스본으로 넘어갑니다.



제 순례기는 에세이 형식입니다.

제 유튜브 영상을 봐주시고 글을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의 여정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