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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l8qoHy4YS4

 

 

한티가는 길은 가실성당에서 한티순교성지까지 45.6km에 이르는 도보순례길입니다.

저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이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4 만인 2023 다시 한티가는 길을 찾았습니다. 

 

 

 

 

 

<1구간 돌아보는 >

 

가실성당 : 경북 칠곡군 왜관읍 가실1길 1

 

한티가는 길의 시작점인 가실성당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본당입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스탬프북 자판기가 보입니다.
이제는 비가 와도 젖을 염려가 없어 보입니다.

 

(가끔 스탬프북이 걸려서 내려오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자판기를 살짝 두들겨주면 내려옵니다.)

오전 817 본격적인 도보길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길은 돌아보는 길입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hodie mihi cras tibi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당신에게

 

로마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입니다.

오늘은 내 차례이지만 내일은 당신 차례가 될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이들의 영혼을 생각하고

그들의 유지를 마음속에 받들며 살아간다면

그들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입니다.

 

그의 운명을 돌이켜보면 네 운명도 같다는 것을 기억하여라

어제는 그의 차례요, 오늘은 네 차례다 (집회서 38장 22절)

도암지 연화마을 입구에 위치한 저수지, 연꽃이 많아 연화라 불리었다. 도암지 정자에는 양심냉장고가 있어 간식과 맥주, 막거리 등을 먹을 수 있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도암지에 분수가 생겼습니다.

도암지의 양심냉장고는 그때보다 메뉴가 늘었습니다.

 

신나무골성지

도착 오전11:10 (08:17-11:10 2시간 53 소요)

<2구간 비우는 길>

싸가지고 온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 시간은 

오후 12시 5분

 

2구간 비우는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복잡한 일상 속

우리의 머리 속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순례길을 걸으며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나서야

비운 만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을 비운 뒤 본 세상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몸이 되고서야 세상은 바로 보입니다.

양떼목장

양떼목장에 도착했습니다.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양들과 염소들이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특히 염소는 너무 격하게 반겨주어서

부담이 되었습니다.

산길전망대

산길전망대에 올라가니 창평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창평지 근처 사기점공소에서 2구간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PM 02:57 도착 (2구간 비우는 길, 2시간 52분 소요)

 

사기점공소 : 경상북도 칠곡군 창평로 315-10

구한말 이곳을 흐르는 내에서 좋은 모래가 나와 도공들이 모여살며 사기그릇을 팔았던 사기점이 있었다. 그래서 내이름은 ‘사천’이라 하고 동네는 ‘사기점’이라 했다.

사기점공소는 순례객들이 숙박을 하거나 쉬어갈 수 있도록 새롭게 조성된 곳입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1박을 했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창평지로 걸어가 보니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숙소는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 중간중간에 있는 알베르게처럼 운영되어 

한방에 4명까지 일행이 아닌 사람과 함께 자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기점공소에서 마르첼로 형제님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밖에 숙박지는 다음 한티가는 길 카페에 들어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한티가는 길’ 카페에 들어가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cafe.daum.net/hanti1868

구간마다 모두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고, 간식과 음료 구입할 있습니다.)

<3구간 뉘우치는 길>

새벽 5시 2분 우리는 둘째 날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물안개가 가득한 창평지는 어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창평지에서 쌀바위까지 가는 길은

열두굽이길이라 불리는 오르막길입니다.

한티가는 가장 힘든 길입니다.

쌀바위에서 금낙정까지 능선길을 걸으며

뉘우치는 마음을 주님께 바칩니다.

 

나는 드높고 거룩한 곳에 좌정하여 있지만

겸손한 이들의 넋을 되살리고 뉘우치는 이들의 마음을 되살리려고

뉘우치는 이들과 겸손한 이들과 함께 있다. (이사야 57 15)

 

여부재를 지나 동명성당으로 가던 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형제님을 만났습니다.

 

 

저희를 위해서 오디를 따주셨는데 정말 달고 맛있었습니다.

 

 

 

 

동명성당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 15

 

AM 08:02 도착 (3구간 뉘위치는 , 9km, 05:02~08:02 3시간 소요)

동명성당 내에 

새로 마련된 동명순례자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저희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4구간 용서의 길>

오전 8 22 이제 4구간를 용서의 길로 출발합니다.

지난번과 다르게 동명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데크길이 생겼습니다.

순례길 중간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나니 관대한 마음이 절로 들면서

인류애가 충만해집니다.

 

4구간은 용서의 길이니 만큼

충만해진 마음으로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합니다.

 

용서는 그들을 향한 미움과 원망의 마음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기 자신에게 베푸는 가장 큰 자비이자 사랑입니다.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마태오 6 12)

원당공소로 가는 길은

또 다른 순례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단식 다랭이 논길 사이로 오르막을 올라가면 원당공소가 나옵니다.

박해시대 한티를 오가던 천주교인들이 머물던 곳

원당공소(남원공소) : 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로3 98-2

4구간의 종착지 진남문에 도착했습니다.

AM 11:47 도착 (08:22~11:47, 4구간 용서의 , 5.8km, 3시간 25 소요)

 

진남문 : 경북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629-4

 

 

4구간까지 1박 2일간의 순례를 마무리하고

남은 5구간은 다시 와서 걷기로 했습니다.

 

3, 4구간과 함께 걸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한티순교성지를 너무 급하게 돌아보게 되어

온전히 성지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2주 뒤를 기약했습니다. 

 

 

<5구간 사랑의 길>

 

2023년 6월 3일 오전 09시  마지막 사랑의 시작점 진남문에서 출발합니다.

정말 좋은 날씨 속에서

하느님께서 만드신 자연 속을 걸으니

절로 충만함이 느껴지고 하느님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한티순교성지 입구

 

계곡 옆 한티순교성지로 가는 입구는

마치 오래된 마을의 장승처럼

칼이 세워져있습니다.   

한티순교성지 : 경북 칠곡군 동명면 한티로1 69

 

한티순교성지에 도착했습니다.

한티마을은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교우들이 살았던 교우촌이자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을 처형했던 처형장이고

이후 살아남은 교우들에 의해 순교자들이 묻힌 곳입니다.

당시 교우들이 살았던 교우촌을 재현해 놓았습니다.

순교자 묘지

한티에는 37기의 순교자 무덤이 흩어져 있습니다.

한티가는 길을 걸으며 순교자들의 무덤을 모두 참배하며 순례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옹기굴 :  박해시대 교우들은 옹기를 만들고 숯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한티마을사람

한티가는 길 순례의 종착점 한티마을사람입니다.

크고 작은 돌은 조성된 한티마을사람 사이를 지나며 

이곳에서 살고 죽고 묻힌 순교자들을 떠올립니다.

 

 

PM 12:46 도착 (5구간 사랑의 길, 8.1km, 09:00~12:46 3시간 46분 소요)

 

 

1박2일 그리고 하루동안

한티가는 길의 다섯 구간을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가실에서 한티까지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찾는 45.6km

 

이번 순례길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기점공소에서 만난 권 마르첼로 형제님,

강아지와 산책하던 형제님,

진남문에서 간식을 나눠준 자매님들,

가실성당에서 간식과 차를 나눠주신 자매님들

순례 내내 저희 위해 애써주신 한티순교성지 오또 신부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한티가는 길을 걸으며

지친 일상을 내려놓고 주님을 만나고 또 다른 나를 찾기를 바라며

순례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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